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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은 한말의 애국 지사들 가운데서도 확고한 자기의 사상과 신념을 가지고 항일투쟁을 전개해 나갔던 유일한 인물이다. 나라를 잃은 슬픔과 분노에 맨주먹을 불끈 쥐며 감정적으로 일어나는 애국 지사들도 많았으나 도산은 그러한 감정적인 대응뿐 아니라 독립운동의 방법과 이론을 체계적으로 세워 꾸준히 실천하며 민족을 위한 비전을 제시한 지도자였다. 도산이 가졌던 사상은 남의 이론이나 지식에서 따온 것이 아니고 도산이 직접 독립운동과 투쟁의 삶을 통해서 몸소 창조해 낸 것이라는 데 더 의의가 있다. 그의 사상에는 어떻게 하면 우리 민족이 독립을 얻고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구국의 일념으로 흘린 그의 눈물과 땀방울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다. 도산이 생존한 당시 한국 사회의 역사적 과제는 민족의 독립과 번영이었다. 즉 일제의 정치적 지배의 쇠사슬에서 벗어나 민족의 독립을 이룩하여 복된 국가를 건설하는 일이다. 도산의 사상의 초점도 여기에 있었다.

도산은 우리 민족이 독립을 이룩하려면 민족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제 힘만큼 밖에 달릴 수 없듯이 민족도 제 능력만큼 밖에 발전할 수 없다. 큰 일에는 큰 힘이 필요하고 작은 일에는 작은 힘이 필요하다. 작은 힘으로 큰 일을 할 수 없다. 힘이 있으면 살고 힘이 없으면 죽는다. 이것이 자연과 역사의 준엄한 법칙이며 힘이 일체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힘을 믿고 힘을 기르는 도리밖에 없다. 도산은 이와 같이 우리 민족이 독립에 필요한, 독립을 달성할 만한 힘을 길러야 한다는 힘의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힘의 필요와 힘의 양성을 주장한 다음, 무슨 힘, 어떤 힘을 기를 것이냐를 논하였다. 그는 단결의 힘, 도덕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하고 또한 지식의 힘, 금전의 힘, 인격의 힘을 기르자고 주장했다. 또 표현을 바꾸어 신용의 자본, 지식의 자본, 금전의 자본을 저축하자고 말하며 특히 동맹저축을 강조했다. 서로 동맹하여 그러한 힘과 자본을 저축하자는 것이었다. 한 개인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에도 건강이니 지식이니 기술이니 하는 밑천, 즉 자본이 필요하다. 한 민족이 독립 국가를 이룩하려면 여러 가지의 힘과 밑천과 자본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특히 '인격의 힘'은 도산이 평생 독립운동의 중심에 두고 추구하였던 힘이다. 도산은 개인 하나하나의 건전한 인격은 집을 짓는데 쓰이는 재목과 벽돌 하나하나가 튼튼하고 견고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개인의 인격과 민족의 힘과의 관계를 집짓기에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나 하나가 건전한 인격이 되는 것이 곧 애국의 길이라며 나부터 나를 건전 인격으로 만드는 일이 민족을 강하게 하는 길이라고 주장하였다. '수양, 즉 독립' 이라는 도산의 사상이 여기서 유래한다. 도산은 건전한 인격은 다음 세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고 하였다.

첫째로 사(思)·언(言)·행(行)에 있어서 남의 본보기가 될 만한 건실한 도덕적 품성을 가져야 한다. 건전한 인격은 먼저 덕성을 지녀야 한다. 인격적 덕성을 함양하기 위해서 도산은 무실(務實), 역행(力行), 충의(忠義), 용감(勇敢)의 4대 정신을 강조했다.
참되기를 힘쓰고 진실되기를 힘쓰자, 실질에 힘쓰자는 뜻이다. 무실의 반대는 거짓이다. 거짓말 하지 말자, 속이지 말자 즉 정직하기를 힘쓰자는 뜻이다. 또 무실의 실(實)은 실천·실행·실용·진실·실질의 `실(實)'로써 진리탐구에 힘쓴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무(務)'는 힘을 쓴다는 뜻으로, 진실을 알고 이를 실천하자, 저마다 참된 것을 힘쓰고 참된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행하기를 힘쓰자는 뜻이다. 참이라고 믿고,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 마땅히 해야 하는 일, 혹은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을 주저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고 노력하고 걸어가는 자세를 말한다.
충의는 충성과 신의를 합친 말이다. 일이나 사람에 대해서 언제나 참되고 신용이 있고 충성심이 있어야 한다. 무슨 일이든지 일단 작정을 하면, 내게 이롭건 불리하건 끝까지 성실성을 다하고 신의를 지켜야 한다. 일에 대해서는 충성을 다하고 사람에 대해서는 신의를 다하자는 것이 충의이다.
용감은 옳은 일을 위하여는 두려움 없이 돌진하며 어려운 일을 당할 때는 참고 견디는 자세를 가리킨다. 용기는 정의와 진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하며 신념에 따라 거리낌이 없이 일관된 삶을 사는 것이 용기이다.
둘째로 건전한 인격은 한 가지 이상의 전문 지식과 생산 기능을 가진 생산적 직업인이라야 한다. 도산은 특히 이것을 강조했다.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기술자를 장(匠)이라고 하여 생산 기능을 멸시하는 폐습이 있었다. 그래서 놀고먹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런 불로(不勞)의 악습에서 민족의 번영과 부강을 바랄 수는 없다. 도산은 일하는 것은 즉 민족의 번영을 위하는 애국행위라 하여 이를 늘 장려하였다.
마지막으로 도산은 건전한 인격의 내용으로서 튼튼한 신체를 강조했다. 도산은 언제나 4대 정신과 3대 육을 역설했다. '3대 육' 이란 '덕육(德育)'·'체육(體育)'·'지육(智育)'인데, 그는 지육보다도 덕육과 체육을 앞세웠다. 덕이 없는 지(知)는 악의 힘이 되고 건강 없는 자의 지(知)는 불평밖에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도산은 이 같은 세 가지 요소를 두루 갖춘 인재를 수만 명 기를 수 있다면 우리는 일제의 탄압 밑에서라도 자주독립국가가 되어 민족의 영원한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도산은 흥사단을 비롯한 여러 수양단체를 조직하고 교육활동을 활발히 펼침으로써 그 신념을 실천에 옮겼다.

도산은 또한 인격의 훈련과 동시에 단결 훈련을 강조하였다. 그는 민족의 힘이란 민족 각 개인의 덕력과 지력과 체력의 총화이며 정치력이나 경제력이나 병력 같은 것은 개인의 힘의 조직이요 결과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민족의 기본 역량을 기르려면 민족을 구성하는 각 개인의 힘을 양성하는 것 뿐 아니라 양성된 힘을 하나로 조직하고 단결하는 일 또한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평생에 걸친 독립운동 속에서 수많은 조직들을 만들어 운영해 나갔고 조직과 조직간의 협동과 단결, 통일에 때로는 자신의 지위나 이권을 포기하면서까지 힘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힘이 있는 민족이 되기 위해서는 인격의 개조 뿐 아니라 민족성을 개조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하였다. 도산은 한국인의 민족성의 병폐는 거짓과 공리공론이라고 분석하였다. 그는 허위는 모든 악의 근원이라 하여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서 거짓을 없애고 진실하게 행할 때, 민족의 번영과 부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실천과 실행이 없이 말로만 떠드는 `공리공론' 의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하였다. 공론가는 모든 책임을 남에게 돌린다. 저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남 보고만 잘하라 하고 또 남에게 왜 잘못했느냐고 시비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족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 정신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잘 되고 못 되고가 다 나에게 달렸다고 느끼는 강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나라 일을 자기 일처럼 걱정하며 앞장 설 때, 우리 민족이 독립국가로서 설 수 있는 기반이 세워진다는 것이다.

도산은 이러한 자기의 사상이 민족 경륜의 철학이라고 굳게 믿고, 죽는 날까지 몸소 부르짖고 실천했었다. `무실 역행주의' 를 실천하여 각자가 자아 혁신과 인격 혁명을 이루어 서로 단결하고 서로 사랑하는 공부를 해서 저마다 진실되고 부지런하고 (무실역행) 신의 있고 용감한 국민이 되려는 (충의용감) 도덕 혁명과 민족 개조 운동이 없이는 우리 민족의 번영과 행복은 있을 수 없다고 보았다. 그의 구국의 이론은 이를 진실되게 행동으로 옮긴 그의 숭고한 생애를 통해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