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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은 한말 일제하에서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지도자들 가운데서도 민주주의적 가치의 중요함을 일깨워 이를 실천해간 인물이다. 평생에 걸친 구국운동을 통해서 늘 근대적인 민주국가로서 우리나라가 거듭나야 할 것을 강조했으며, 독립운동을 위해 조직을 결성하거나 조직체들 사이에 통합이나 협동을 이룰 때에도 늘 민주적인 절차를 따랐다. 또한 개인의 윤리, 태도, 삶의 방식에 있어서도 민주적인 원리를 주장하였다.

비록 민주주의가 무엇이라고 명쾌하게 개념규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도산은 민주주의의 원리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보여준 참된 민주주의자였다. 이러한 도산의 민주주의론은 다음 3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1. 정치적 이념체계로서의 민주주의
2. 사회단체의 조직 원리로서의 민주적 결합
3. 개인의 삶의 방식 속의 민주주의

사회전반의 권력구조 또는 사회적 성격을 논하는 정치적 이념체계로서의 민주주의이다. 도산이 명확하게 정치체계로서의 민주주의의 내용을 설명한 부분은 없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정치제도에 대하여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는 "미국은 지금 세계상에 가장 신성한 공화국으로 자유와 정의를 힘써 창도하나니..." 라고 하여 미국과 같은 선진 문명사회의 장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도산이 1907년 국내에서 비밀결사조직 신민회를 결성할 당시, 신민회가 가졌던 정치적 목표는 단순히 입헌군주제 국가인 대한제국을 그대로 연장시키자는 것이 아니었다. 침탈당한 국권을 회복하여 가장 선진적인 민주공화제의 근대국가를 건설하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1919년 3.1운동 후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으로 불완전하게나마 일단 실현되는데, 임시정부의 헌법에는 사유재산의 보유와 영업활동의 자유 및 언론·집회·결사·출판의 자유 등 국민들에 대한 제반 자유가 법률로 보장되어 있다. 한말에서 1920년대 전반에 걸치는 도산의 민주건국론의 구체적 내용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바탕 위에서 각종의 시민적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국가 건설론이었음을 나타내준다.

물론 1920년대 후반에서 30년대 초에는 독립운동세력이 좌우로 나뉘는 것을 막고 하나로 통합, 단결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에 평등의 개념을 강화한 사회민주주의 국가 건설론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도산이 공화제의 수립을 강조한 것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강조한 것을 미루어 보면 도산이 정치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주요한 준거로 삼았음은 틀림이 없다.

조직결합·조직통합의 원리로서의 민주주의, 민주적 원리이다. 도산은 독립운동가 및 독립운동 단체들의 조직적으로 통합되지 못하고 분열되는 현상을 가장 잘못된 것으로 비판하였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주요한 원인을 `조직에 합당한 지식과 태도' 가 결여된 데서 찾았다. 도산은 당시 일반적으로 설명되던 분열의 요인, 즉 지방열이나 분파성들을 적극 부정하고 있으며 오히려 다양한 의견의 대립상황을 조직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다만 이러한 다양성이 조직적 통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공론(公論)에 입각한 통일이 필요하고 그것은 민주적인 조직의 원리를 수용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보았다.

'공론' 은 도산의 민주적인 조직통합원리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도산이 공론이라고 하는 말은 구성원들이 각각 자신의 의견과 방침을 구체적으로 발표하고 서로 토론하는 가운데 대다수가 공감하게 됨으로써 얻어지는 '다수의 공통된 의사' 를 뜻한다. 이 공론은 반드시 다양한 의견의 토론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기 대문에 다수의 의견이 집약되는 것이다.

도산의 공론은 구체적 계획과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선택되어 공감되는 결론 내지 여론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데올로기와는 구별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의 민주주의론은 다양한 구성원들의 이질성을 바탕으로 통합된 조직을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핵심원리가 된다. 특히 상해 임시정부를 통합하기 위해 벌였던 도산의 활동 속에는 이렇게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과 견해가 부딪히는 상황을 용납하되 그것을 바탕으로 통합된 결론을 이끌어내려고 하였던 도산의 민주적 조직이론이 잘 드러난다.

개인의 윤리·태도·삶의 방식과 관련된 민주주의의 차원이다. 도산의 민주주의 이해는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의 평등하고도 자유로운 인격을 인정하는 데로 연결된다. 그는 인간은 자신의 양심과 이성에만 복종하는 자유로운 존재이며 그 어떤 주의나 조직에 복종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였다. 그는 어린이나 노약자·여성 등의 인격이 동등하게 강조되는 사회를 바랐고, 특히 흥사단 운동을 통해 인격수련을 강조하였다. 도산은 서로 사상의 자유·언론의 자유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비록 의견은 서로 다르더라도 우정과 존경에는 변함이 없는 태도와 인격을 갖출 것을 요구하였다. 흥사단 운동을 통해 도산이 강조한 인격훈련의 주된 내용도 이러한 것이었다.